🐝 담봉이의 미술 철학

BEE'S PLAN : 나의 계획

 

  '철학'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나에겐 매우 어렵고 심오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 나의 '미술 철학'이라고 제목을 쓰면서 되게 거창한 무언가를 말해야 할 것만 같았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왜 무겁게 느껴질까 싶어서 사전으로 찾아보니, [1.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 혹은 [2.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이었다. 제목으로 쓰인 '담봉이의 미술 철학'의 의미는, 미술에 대한 나의 세계관이라 미술을 보는 나의 생각을 적으면 그게 나의 미술 철학인 것 아닌가,

  그렇게 위안을 삼고, 나의 생각을 두서없이 적고자 했는데도 나의 부족한 말솜씨로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 아 몰랑 일단 쓰고 보자.)

 

 나의 미술 활동에는 크게 작품 활동과 감상 활동이 있다.

 

 내가 하는 작품 활동은 항상 '나'로부터 시작한다. 내가 그리는 작품들은 '나'의 생각, '나'의 주변, '내'가 좋아하는 것들 등이다. 나는 나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보는 세계는 나의 세계와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동시대에 살고 있더라도 그 누구도 나와 100% 똑같은 삶을 산 사람은 없다. 나의 미술 작품은 내 머릿속 세계의 일부분을 시각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미술 작품은 '나'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 꽃 한 송이를 그려도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꽃을 그린 것이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꽃을 그린 것이 아니다. 설령 비슷하고 똑같은 꽃을 그릴지언정, 그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 남의 세계에 있는 꽃을 100% 똑같이 그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 등은 오로지 '나'로부터 나올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기본적으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살펴보는 과정을 가지고,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나를 평가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문득문득 일상생활에서 나의 성격, 가치관, 주변 상황 등을 생각해본다.

 

 그러다 불현듯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가 있다. 주제가 생각이 나던 안 나던 무작정 그릴 때가 있고, 어쩔 때는 노트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브레인스토밍이나 마인드 맵을 그린 후에 결과를 찾으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무작정 그림을 그릴 때에도, 그리고 난 후에는 꼭 브레인스토밍이나 마인드 맵 과정을 즐긴다.

 예를 들어서 사과가 그리고 싶어서 무작정 사과를 그리고 나면, 왜 사과를 그렸지? 빨간 게 예뻐서. 왜 빨간색을 예쁘다고 생각하지? 정열적인 색이라서 정열적인 것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등의 순으로 계속 질문에 질문을 이어 나가다 보면 내가 왜 문득 사과가 예뻐 보여서 사과를 그리고 싶었는지 알게 되고, 또 나만의 가치관을 스스로 확립해나간다. 동시에 나는 편향된 시선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 후에 내가 너무 편향된 가치관을 심게 되는 것은 아닌가,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에도 사실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평가이기 때문에 100% 객관적일 순 없다.

 

 이렇게 내가 하는 작품 활동은 '나'를 주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남들이 한 미술작품도 그들을 주체로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술 감상 활동에 있어서는 그 작가의 시선으로 보고자 노력한다.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이 작품은 어떤 의미가 있나 돌이켜본다. 대략 80%의 시선은 그 작가의 시선으로 보고자 노력하는 것 같고, 노력을 아무리 해도 적어도 20% 정도는 나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내가 아무리 그 사람이 되어보려 하고, 공감을 잘 하는 편에 속할지언정 100%를 과연 도달할 수 있을까? 불가능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여러 성격검사 테스트나 주변인들의 평가, 나를 스스로 평가하기에 있어서 '나'란 사람은,

매사 긍정적이고자 하며,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보려고 한다. 이러한 시선으로 삶을 보기 위하여, 너무 이상적인 기준을 목표로 삼지 않으려 하고, 행복의 기준을 낮게 둔다. 지금 내가 불행하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한다. 순간의 희열, 엄청난 기쁨만이 행복으로 간주된다면 인생은 불행의 연속이 아닐까..

 비판적인 시선에서 나의 세계는 '지나친 낙관주의'라는 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애써 힘든 것도 미화해서 인식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좋다. 다 쓰러져가는 작은 판잣집에서 라면 한 개 끓여먹더라도, 나는 불행하지 않다고 느끼면, 남들이 어떻게 느끼던 나는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 그렇다고 도태되고 뒤처지는 삶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를 삼고, 이루지 못해 평생 고통받는 것보다 오히려 현실적인 목표를 삼고 꾸준히 이루어내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 나는 더 좋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성향의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 나누는 것조차 나는 버거워한다. 공감을 잘 하는 편인지는 모르겠으나, 힘들고 슬픈 내용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힘들어한다. 오래전 프리다 칼로의 전시회를 다녀왔을 때 며칠 내내 마음이 무겁고 우울했고, 최근에 흥행한 조커를 보았을 때도 며칠간 우울한 감정을 떨칠 수 없었다.

(내가 미술 심리 치료 관련 직업을 포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 유리 멘탈 뽀개질듯...)

 

 반면에 바라보고 생각하면 귀엽고 행복한 것들을 좋아한다. 어쩔 수 없는 모성 본능 탓인지, 귀여운 것은 뿌리칠 수 없다. 귀여운 캐릭터, 반려동물, 아기와 같은 것들을 좋아한다. 내가 귀여운 감정을 느끼면 그건 사랑인 것 같다. 귀여운 건 실수를 해도 용서가 된다. 귀여운 것이라고 쓰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보면 귀여운 걸 어지간히 좋아한다.

 

 이러한 나의 성향 탓에 내가 그린 그림들은 대체로 귀엽고, 행복하고, 긍정적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작품 속에서 나의 세계관이 비치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내 이름에는 BEE가 들어가는데, 영어로 '벌'과 같아서 그림 속에서 나와 동일 시 한다. 처음 발상은 [BEE =벌]로부터 시작했지만, 벌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성격, 생활 자체가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더 끌리게 되었다.

(그래놓고 저번에 산에 갔는데 벌이 귀 주변에서 하도 윙윙거려서 엄청 무서워하고 소리 지르면서 뛰어다녔다. 속으로 실제로는 만지지도 못하면서 그림 속에선 나를 대변한다고 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웃겼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도 실제로는 벌을 무서워하면서 왜 벌 캐릭터는 귀여워하는지 의문이 들었다.ㅎㅎ)

아무튼 그래서 벌을 자주 그리고, 사인으로 벌 이모티콘을 남긴다.

 

 아무튼 나는 나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려고 마음먹고 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글을 쓰면서 한번 더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에 글을 쓰고, 나의 생각에 누군가 피드백이 달리면 그것 또한 값진 경험이라 생각해서 공개 포스팅을 하기로 했다. 당장에는 부족하지만 계속 기록처럼 올리다 보면, 나중에 의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그리고, 열심히 고뇌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