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바잉MD가 본 유통시장 변화

 이번 포스트에는 요 근래 유통시장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내가 일하면서 느끼고 겪었던 상황을 토대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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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브랜드의 바잉MD(바이어)를 하면서, 옛날 시대에 있는 직업과 비교했을 때 마치 무역상, 보따리장수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실질적으로 운반과정을 책임지는 것은 포워딩 회사들이 하긴 하지만) 다른 나라에 가서 물건을 골라와서 가격을 더 붙여서 파는 것이 주된 업무이다 보니, 일하면서도 팀원들이랑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보따리장수라고 농담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림 같은 4월의 두오모

 

 옛날같이 인터넷이나 이동수단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지금보다 바잉 MD의 역할이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에서 물건너 온 상품들은 희소성이 크고, 내가 원할 때 언제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유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몇십 년의 경력이 있는 나의 상사들은 종종 '옛날에는~'하며 추억 이야기를 할 때, 백화점에 신상이 들어오는 날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간다고 했고,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했다. 또 옛날에는 '이태리 브랜드', '프랑스 브랜드'등 외국 브랜드 상품이면 인지도가 많이 없어도 일단 소비자들이 관심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래서 마진 붙이는 폭도 컸고, 얼마에 팔던 소비자들은 비교 검색하기가 어려워 믿고 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태리 브랜드, 프랑스 브랜드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예전만큼의 관심은 사라진지 오래다. 신상품이 들어오는 날에 가격도 안 묻고 줄 서서 사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게다가 검색 한 번으로 가격 비교가 가능해져서 적정금액 이상으로 마진폭을 넓히는 시대도 끝났다.

 

 

그렇다면

옛날과 다르게 지금의 유통시장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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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이동수단 발달로 직구 시장, 온라인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나는 백화점 입점 브랜드를 관리하면서, 종종 현재 분위기나 매출에 대한 논의를 하고자 매장 직원분들과 통화를 했다. 요 근래 몇년 간 직원들이 똑같이 하는 말들은 '백화점에 손님이 없다.'였다. 손님이 없어서 판매하고 응대할 손님이 없다는 것이다. 경기 불황의 탓도 물론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주변 사람들만 봐도( 20,30대) 내가 내 돈 주고, 나의 옷을 사러 갈 때 백화점에 가지는 않는다.

▶ 백화점 매장은 쇼윈도우 역할에 치중되었고, 주요 고객의 연령층은 갈수록 높아진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20,30대)는 백화점에 가서 정가를 주고 상품을 구매하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도 백화점에 간다면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1. 인터넷으로 상품을 보고 직접 피팅해보기 위해서,

 인터넷으로 가격 비교가 손쉽고, 오히려 인터넷으로 구매했을 때는 다양한 카드 혜택으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백화점 매장은 쇼윈도 매장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나만해도 백화점에 가서 맘에 드는 상품을 직접 피팅해보고 바코드를 알아두었다가, 인터넷으로 직구하거나 면세로 구매하곤 했다. 이러다 보니, 백화점 매장도 오프라인 판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쇼윈도 등 직접 상품을 올려서 온라인 판매도 같이 하는 매장이 많아졌다.

2. 지속적으로 케어가 필요한 상품이거나, 선물로 구매하는 경우에,

 나는 지인에게 선물을 해야해서 포장이나 개런티 카드나 교환증이 필요한 경우에 백화점에서 구매를 했다. 그 이외에 지속적으로 AS가 필요한 고가의 상품일 경우에 백화점에서 구매한다. ( 혼수품이라던가, 큰 맘먹고 사서 지속적으로 케어가 필요한 고가의 상품 같은 경우에..)

3. 부모님 따라가서 내 돈주고 사지 않을 때,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온라인 구매를 어려워하거나 백화점 구매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기본 50대 이상이다. 내가 맡은 브랜드도 메인 타깃이 30대라고 해도, 백화점에서 실질적인 구매층은 50대에서 많게는 70대였다. 요즘 사람들이 젊게 입는 탓에, 메인 타깃보다 실 구매층이 올라간 것이기도 하겠지만, 백화점의 주요 고객층의 연령대가 올라가서 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말 웃기게도, 내 돈주고 사는 게 아니라 부모님들이 백화점 간다고 하면 따라가서 나도 하나 '득템'할 때 백화점에 가서 산다.

4. 친구& 커플과 데이트, 나들이 갈 때,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백화점에서 '상품구매'로만 이루어지는 매출은 특정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갈수록 저조한 상태라고 본다. 그래서 백화점도 '상품 구매'만을 위한 공간에서 탈피해 복합 문화공간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요 근래 새로 지어진 백화점이나 아웃렛을 보면, 영화관이나 테마 시설과 함께 있는 경우가 많고, 푸드코트 시설도 많이 활성화시켜 놓은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래서 나도 친구를 만날 때, 상품을 사러 백화점에 들리는 것이 아니라 '복합 문화시설'을 즐기러 백화점을 간다.

 그래서 시장조사를 하러 가거나, 친구들과 백화점에 가면 지하부터 맨 꼭대기층까지 올라갈 때 확연하게 사람 수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내가 맡았던 브랜드가 속한 수입&컨템 층인 2-3층은 상대적으로 정말 유동인구가 없다.

 

▶세포시장이 활성화되었고, 대체 상품이 많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마켓 등으로 세포 시장이 활성화되었다. 그러다 보니 대체 상품 또한 많아지며, 상품 간의 경쟁력이 점차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가성비 시대를 지나서, 가심비 시대가 되었다. 이제 비슷한 상품들의 가성비를 따지자면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이제 살아남으려면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러닉 하게도 4-5만 원 대의 니트 하나를 사려고 해도, 여기저기 가격비교를 하고 싼 가격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200-3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은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며 가심비를 충족시켜 선뜻 사곤 한다.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살아남은 몇 개의 고가 브랜드의 매출은 계속 상승세인 반면, 중간 브랜드는 저가의 브랜드와 가성비의 경쟁력에서 밀리고, 고가 브랜드와의 가심비 경쟁력에서 밀려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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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당장에 백화점 매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이러한 이유들로 패션바잉MD의 역할이 갈수록 축소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너 나할 것 없이 개인적으로 필요한 상품을 인터넷으로 바잉 할 수 있는데, 바잉 MD로서 경쟁력을 잃은 느낌이었다. 이미 마켓 자체가 글로벌화되었기 때문에 정해진 대로 상품을 가져오고, 정해진 대로 가격을 측정하고, 판매에 이르기까지 참신한 아이디어 없이 내가 하는 업무가 기계적인 반복이나 다름없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패션 바잉 MD의 전망은 어떨까, 또 어떻게 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였고 그에 대한 포스트는 다음 포스트에 이어서 하려고 한다.